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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물, 제자리에 있을 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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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3-12-0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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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항시 남구 동해면 사무소 주차장 모퉁이에서 민족시인 이육사 청포도 제막식이 있었다. 지역 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제막식은 이 지역 주민들이 청포도 시가 탄생한 도구리와 일월동 일대에 청포도 시비가 세워지지 않고 엉뚱한 지역에 시비가 세워졌다고 여기면서 이뤄졌다.

실제로 청포도 시비는 지난 1999년 이곳에서 20여㎞ 떨어진 호미곶 광장에 세워져 있다. 육사는 1930년대 후반 결핵을 앓아 포항과 경주에서 요양을 한 적이 있다.

현재 해병 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포항 영일만 일대에 일본인이 경영하는 포도농장이 있었다. 작고한 소설가 손춘익 선생은 육사가 휴양차 이 포도원 언덕에서 왔다가 영일만을 바라보면서 시상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는 풍경이 그때 시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는 것이다. 이 포도원이 운영하던 동양최대의 포도주 공장과 관리동이 있던 지점이 지금의 도구1리와 3리, 그리고 일월동의 일부 지점이며 지금은 포항공항의 활주로로 사용되고 있다. 언덕과 야산으로 이뤄진 이 지점에서는 영일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70년대 까지만 해도 포도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있었다. 최근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유명인(celebrity)과 마케팅(marketing)을 결합한 ‘셀렙마케팅(celeb marketing)’이라는 개념이 활성화되고 있다.

가장 흔한 형태가 문화예술인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태어난 곳은 물론 작품 배경, 집필 장소 등 조금이라도 인연이 닿으면 생가와 기념관, 문학관, 축제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 마케팅을 한다. 봉평의 이효석문학관과 문학제, 춘천 김유정문학제와 김유정마을, 제주와 통영의 이중섭 테마거리, 통영 윤이상음악콩쿠르와 국제음악제, 화천의 이외수문학관과 감성마을 등 전국 60여곳에 이른다.

지역 주민들이 청포도 시비 건립을 소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한마디로 똑똑한 주민들이라는 이야기다. 포항시는 청포도 시비 건립에만 만족할 것일 아니라 육사가 민족시인이요 호국 독립투자라는 점에 착안, 지역 마케팅에 나설 것을 권한다.

해병사단과 해군 항공단과 협조해 지금의 체력단련장 일부를 청포도 밭으로 가꾸고 공원과 전망대를 세워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이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즉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스토리텔링 하는 공원을 임곡리가 아닌 이곳으로 옮겨 조성해야 한다. 모름지기 기념물과 상징물은 제자리에 있을 때 의미가 있고 빛이 나는 법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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